42호2012년 [시-정명숙] 청호동 아바이―실향민 문화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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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도 기찻길도 없는 속초 역사(驛舍)에서
전쟁의 아픈 기억이
7분짜리 영상물로 상영 되고,
남루한 판자촌은
지워져 가는 기억의 증인으로
빈 역사 앞을 지키고 있다.
며칠, 아니 몇 달을 기약으로
시작 된 피난살이
고향땅 다시 밟을 희망이 있어
거친 바다에 삶을 내린 함경도 아바이들
모래땅 한 평짜리 판잣집도
배고픈 설움도 견뎌 낼 수 있었다는데
그리움으로 지켜낸 무심한 시간은
기약도 희망도 모른 척
저 혼자 흘러가고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뿌리내린
대를 이은 실향의 아픔만이
빈 역사와 남루한 판자촌으로
실향민 문화촌 꽃비 내리는 뜰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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