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정명숙] 동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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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달려간다.
덜컹거리는 트럭에 누워
멀미를 하는지 머리 위로 뻗은 손
심하게 흔들린다.
고향 등지고 이사 가나보다
밧줄로 동여맨 흙신 신고
어디서부터 달려 왔는지
빨간불에 멈춘 나무 초췌하다.
아름드리 나이테만큼 공유했던 많은 기억들
고향땅에 남겨둔 채
나무와 흙이 한 몸 되어 길을 가고 있다.
나무는 흙신이 다칠까봐
덜컹거리는 울림을 머리로 받아내고
흙신은 하얀 발가락에 행여 상처 날까
조심스럽게 나무를 감싸 안고
괜찮다, 괜찮다 서로를 다독이며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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