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효선] 방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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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하루가 지났다
점심 무렵
밥 아주머님이
“방귀 나왔어요”
“아니요”
“방귀 나오면 알려 주세요 죽 드릴께”
회진오신 선생님이
방귀 나왔어요
아니요
운동 많이 하세요
링겔 줄을 주렁주렁 매달고
끈에 매인 강아지처럼
병실을 빙빙 돈다
아내가 병실로 돌아 왔다
대뜸 방귀“ 나왔어요”
그 놈에 방귀
전에는 방귀 많이 뀐다고 핀잔하던 아내가
내 방귀를 애타게 기다린다
목사님이 오셔서 기도 후에
“방귀 나왔어요”
“아니요 아직”
병실에 들어서시는 분마다 방귀 타령이다
허허
방귀가 이리 좋은건가
그런데 그동안 왜 그리 방귀를 푸대접 했을까
방귀 나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다시 강아지처럼 병실을 빙빙 돈다
방귀야 나오너라
아내가 전복죽을 쑤어 왔다
화중지병이다
아내는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또 병실을 돈다
그런데
밑이 묵직한 느낌이 들어 힘을 주니
부~욱하고 방귀가 나왔다
방귀 소리와 함께
아내는 전복죽을 데우러 주방엘 가고
나는 물 한 모금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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