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효선] 아내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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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론 늘
가득 채워둔 내 사랑을 다독여 두지만
꺼내 볼 사이 없이
세월 만 써 버렸네요
그렇지만 당신은
스치는 눈 빛
남이 모르는 몸짓으로
나를 감격시키고
남이 알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 주었지요
때론 장모님 모습으로
혹은 큰 처남 발걸음으로
목을 쭉 빼고 바느질 할 땐 나 혼자 놀래요
남보다 한 마디 적은 새끼손가락도
인중에 솟은 작은 솜털도
어쩌면 당신은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술쟁이 같아요
당신의 손길이 스치고 지나간 주방
널려진 빨래에도
잠시 벗어 놓은 양말이나 겉옷을 찾을라 치면
어느새 세탁기에서 목욕을 할 때에도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 주어요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당신 몸이 너무 무거워
수술한 고관절에 무리가 갈 것 같아 조심스러워요
언제나 당신의 냄새가 좋고
바쁜 당신의 손끝에 조리되어 나오는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무엇보다 당신의 고른 숨결이 참 좋아요
나도 당신처럼 내 속에 있는 사랑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데 재주가 없네요
그렇지만 당신을 사랑해요
마음 가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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