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박대성] 여덟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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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빠진다.
놀랍고 신기하다.
저렇듯 눈에 넣어도 좋을 인형이
잠시, 고장 난 것처럼
어미의 몸에서 받은 선물들 중, 최초로 몸을 빠져 나가는 이
선물을 내놓은 아이는 헐렁해 보인다.
아주 중요한 시대 하나가 마감되었음을 아이는 알까?
그,
맛난 음식을 잠시 씹지 못하게 된다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알까?
이제부터 모든 음식은 새로움이다.
온 몸으로 느껴야할 새로움이다.
여덟 살 아이가 이 빠진 노인 같이 웃는다.
이미 아이에게 노인이 있었다.
이가 빠지고 나서야 아는 것이다.
깊고 깊은 세상의 맛과
깊고 깊은 맛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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