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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박대성]러닝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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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6회 작성일 13-01-0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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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염천, 러닝셔츠 바람의 남자들을 본다.

그들이 걸친 얇고 흰 등거리를 본다.

 

바지를 뚝 잘라 반바지를 만들고

그 반바지 가운데를 툭 타서, 치마를 만든 것보다도 간단한 홑옷

팔소매와 어깨를 도려낸 토르소를 본다.

 

난 저 옷이 더위를 씻어주기 위해

바느질꾼이나 양재사가 손수 지은 선심이나

무명천들의 겸허한 사랑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들이 입어야하는 囚衣라는 걸 이제 안다.

어깨와 팔, 소매가 잘려지고도, 잘려나가고도

끈덕진 저 홑옷의 권유

참 끈질기게 노동을 권하는 저 홑 옷

 

아버지가 평생 벗지 못한 무쇠 갑옷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