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박대성]러닝셔츠
페이지 정보
본문
삼복염천, 러닝셔츠 바람의 남자들을 본다.
그들이 걸친 얇고 흰 등거리를 본다.
바지를 뚝 잘라 반바지를 만들고
그 반바지 가운데를 툭 타서, 치마를 만든 것보다도 간단한 홑옷
팔소매와 어깨를 도려낸 토르소를 본다.
난 저 옷이 더위를 씻어주기 위해
바느질꾼이나 양재사가 손수 지은 선심이나
무명천들의 겸허한 사랑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들이 입어야하는 囚衣라는 걸 이제 안다.
어깨와 팔, 소매가 잘려지고도, 잘려나가고도
끈덕진 저 홑옷의 권유
참 끈질기게 노동을 권하는 저 홑 옷
아버지가 평생 벗지 못한 무쇠 갑옷을 본다.
- 이전글[시-박대성]화장하는 아내 13.01.07
- 다음글[시-박대성]밀물과 썰물 1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