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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박대성]화장하는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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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2회 작성일 13-01-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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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어제 고등어 한 마리를 미라 만들기에 성공했다. 점점 그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 아내는 불 위에 이런저런 것들을 올려놓고 굽기를 좋아한다. 뜨거워야 엉키고 막힌 것들이 술술 잘 풀린다는 아내. 그동안 몇 번에 거쳐 시도하던 프라이팬 하나를 드디어 깜장나라로 보냈다.

오늘은 무엇 하나를 또 불망의 나라로 보낼 것인지 골똘한 아내.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재밌다. 뺀질뺀질한 고지서들, 삐질삐질 구멍 난 속곳들을 화장 하려는 아내. 아내의 궁리가 탄다.

 

 

된장국이 졸아 뽁짝장이 되어 가는 냄새가 난다.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뽁짝장이 맛있다. 한 숟가락만 퍼 넣어도 한 끼의 식사를 덮는 아내의 생각들. 잘 고아진 보약 같다. 그 보약을 달이는, 먹이는 아내. 아내는 화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