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박대성]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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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면 피가 날 것 같아
기타를 치면 기타 등등이 될 것 같아
깽깽이를 켜면 겁 많은 개같이 깽깽거리는 것 같아
악기를 멀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모니카를 불면 봉사가 될 것 같아
첼로를 켜면 먹은 음식이 체할 것 같아
피리를 불면 춤추는 뱀이 나올 것 같아
악기를 멀리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내가 쳐다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성물聖物들이어서
그때 나는 메뚜기를 잡거나 칡을 씹거나
빈 밥그릇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던 풍금소리
건반을 누를 때 마다 들려오던
희고 검은 금바람 소리
그 금빛 바람을 켜던 어떤 이의
그때 들은 그 한 소절의 노래로
당신의
당신을 얻으려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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