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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박대성]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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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31회 작성일 13-01-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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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면 피가 날 것 같아

기타를 치면 기타 등등이 될 것 같아

깽깽이를 켜면 겁 많은 개같이 깽깽거리는 것 같아

악기를 멀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모니카를 불면 봉사가 될 것 같아

첼로를 켜면 먹은 음식이 체할 것 같아

피리를 불면 춤추는 뱀이 나올 것 같아

악기를 멀리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내가 쳐다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성물聖物들이어서

그때 나는 메뚜기를 잡거나 칡을 씹거나

빈 밥그릇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그러던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던 풍금소리

건반을 누를 때 마다 들려오던

희고 검은 금바람 소리

그 금빛 바람을 켜던 어떤 이의

 

그때 들은 그 한 소절의 노래로

당신의

당신을 얻으려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