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2호2012년 [시-박대성]붉은 명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32회 작성일 13-01-07 20:40

본문

 

저 얌전한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맘껏 부풀었다기보다는 부풀어 오른 것이 마냥 부끄러운,

해산의 고통을 이기고도 아무런 훈장도 없이 폭삭한 어머니의 민 젖 같은

명란 한 쪽

 

 

생명을 담은, 저렇게 허름한 주머니를 본 적 없다.

그것으로 바닷가 사람들은 젓을 담근다.

 

 

젓의 젖

젖의 젓

 

 

소금과 고춧가루 범벅의 알들은 바다에서 왔음을 침묵한다.

자신으로부터 수백만의 생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것도 침묵한다.

그 함구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여 더욱 붉다.

 

 

언제쯤 저 얄캉한 주머니가 복사꽃처럼 터질까?

숨죽인 바다의 심장 같은

 

 

바닷가 사람들은 그 붉은 침묵을 흰 밥 위에 으깬다.

밥 꽃이 핀다.

 

 

활짝, 복사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