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박대성]붉은 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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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얌전한 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맘껏 부풀었다기보다는 부풀어 오른 것이 마냥 부끄러운,
해산의 고통을 이기고도 아무런 훈장도 없이 폭삭한 어머니의 민 젖 같은
명란 한 쪽
생명을 담은, 저렇게 허름한 주머니를 본 적 없다.
그것으로 바닷가 사람들은 젓을 담근다.
젓의 젖
젖의 젓
소금과 고춧가루 범벅의 알들은 바다에서 왔음을 침묵한다.
자신으로부터 수백만의 생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것도 침묵한다.
그 함구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여 더욱 붉다.
언제쯤 저 얄캉한 주머니가 복사꽃처럼 터질까?
숨죽인 바다의 심장 같은
바닷가 사람들은 그 붉은 침묵을 흰 밥 위에 으깬다.
밥 꽃이 핀다.
활짝, 복사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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