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명선]천국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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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쯤 돼 보이는 소녀가
맹인 아버지 모시고 과일가게에 왔다
사과는 빨갛고요 포도는 초록이어요
고물고물 입술에서 꽃씨처럼 터지는 말,
환경에 지배되는 게 사람이라 하지만
환경을 지배하는 조그만 아이와
그가 그려내는 따스한 풍경 한 점
그래, 그 사과 참 붉고
포도도 아주 맛있게 잘 익었구나
어린 딸에게 건네는 눈먼 아버지의 말 빛과
덤으로 사과 한 개를 더 얹는 과일 가게 아주머니
서로가 서로에게 빛 되고 소금 되는
그 심사 절창이다, 거기가 곧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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