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명선]무인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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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거미들이 찾아왔고
숨어있던 잡초들 모두 나와
제 몸으로 초록 카펫을 만들기 시작했다
깃털 없는 여린 것들 쉬이 오지 못할까
삐걱거리는 문짝 모두 뜯어낸 후
접시꽃 망초꽃 불침번으로 세워놓고
오라, 편히 오라 소리를 키우는 바람
저녁이면 푸른 별꽃 한 아름 품에 안고
귀가를 서두르는 어둠이 있고
곰팡이꽃 푸른 벽에 제 그림자 걸어놓고
아침이면 일어나라 나팔소리 둥근 집
누가 그곳을 폐가라 했는가, 그 집은
구름과 바람이 사시사철 드나들고
헐렁한 자유가 깃발처럼 나부끼는
버려진 것들이 끌고 가는 무인모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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