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명선]말랑한 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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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향해 날 선 말의 채찍을 들다가도
비 맞아 휘청거리는 풀잎을 보며
아니다, 아니지 생각 돌리네
가슴에 파인 상처 아파하다가도
빗물 참히 받아내는 물웅덩이를 보며
그래, 그렇지 생각 바꾸네
수백 개의 뼈를 가진 내가
뼈 없는 물의 속성을
어찌 바르게 해독할 수 있으랴만
그 길 가만가만 따라가다 보면
답 한 줄 슬쩍 쥐어줄 것만 같아
천천히 빗속을 걸어보는 아침
가슴에 물길 하나 틀 수 있다면
다스리지 못할 화는 없는 거라고
다 자라서도 한참이나 덜 자란 내게
빗줄기로 만든 모빌 흔들어 보이시는
저기 저, 말랑한 물의 단단한 말씀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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