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명선]죽어도 사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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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폭설에 나무 하나 쓰러졌다
사는 걸 몰라서, 알아도 몰라서
침묵으로 떠난 영혼 하나
욕심 없어 더욱 간절했을 무심 앞에
하늘은 저를 열어 길을 만들고
뭉툭한 손끝으로 주검 덮는 모래바람
조곡이라 하기엔 너무 가벼운
새소리 공연히 아프고 무안해서
흘러내리는 마음 추스르지도 못한 채
서둘러 그 자리를 비켜 나온다
얼마쯤 갔을까 뒤돌아보니
있어야 할 나무는 보이지 않고
중심을 내려놓은 와불 하나가
낭랑히 바람경을 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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