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명선]아버지의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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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출타하시는 날엔
어머니 늘 밥그릇에 뚜껑을 씌워
아랫목 이불속에 묻어두곤 하셨다
뚜껑은 곧 지붕이 되어
밥알처럼 탱탱하던 딸자식들
바람막이 해주었던 것인데
철부지들 세상 밖 하 궁금해
닫힌 뚜껑 달그락달그락
밀어 보기도 하였던 것인데
나 어느새 그 아버지 나이가 되어
새끼 담은 밥그릇에 지붕 되어 보지만
덮지 않아도 마르지 않는 옹골진 밥알들,
담을 수 없어 더 절실한 그리움인가
둥글게 모여도 허전한 두렛상 앞에서
밥그릇도 밥뚜껑도 되지 못한 채
고봉으로 퍼 넣어도 허기가 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리운 밥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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