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숙자]안개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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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떠나시던
무진년 이월 초이레
수의 밖으로 드러난
뽀얀 발
농사일에 바빠
앉으실 틈 없던 아버지
그렇게 해맑은 발을 본적이 없었다
만져보고 싶었지만
가시는 길 흠이라도 될까
끝내 만져보지 못했다
국립묘지로 이사하시던 날
스물 세 해 굳게 닫혔던 산
문을 여는 순간
하늘 가시는 길 얼마나 힘드셨으면
발은 다 닳아 안개 밭이다
만져 보려 다가갔지만
다가 선 거리만큼 멀어지는
아버지 말랑말랑한 발
안개는 여전히 수의 밖으로
뽀얀 발을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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