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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채재순]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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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740회 작성일 05-03-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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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화를 신고 집 뒤
뒷동산으로 오릅니다로 시작되는
아무런 전율이 일어날 것도 없는,
애틋한 감정이 솟아날 것도 없는
편지를 썼지요
그대를 향한 제 마음을 숨기려고

누가 볼세라
제가 보낸 편질 가슴에 꼭 안고
뒤란으로 달려갔다 했지요
편질 읽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몸에선 찌르르찌르르 귀뚜라미가 울었다 했지요
당신 심장 그 어디에 숨어들어
팔딱팔딱 뛰게 하는 것이 있다 그랬지요

이런 날엔 개울가에 퍼질러 앉아
묵은 빨래를 하고 싶다는 평범한 구절에서도
그대는 봄을 느꼈다 했지요
그랬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