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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최월순]아무런 은유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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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4회 작성일 13-01-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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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밑으로 그늘이 지고 몇몇 여자들이 장을 펼쳐놓고 앉아있다. 아침을 준비하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부식을 팔기 위해 텃밭에서 따온 채소를 펼쳐 놓은 여자들과 그녀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한 사내가 무슨 말인가 열심이다. 그 사이 사내가 느닷없이 한 여자에게 손을 뻗는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뒤로 빼다가 옆에 쌓아놓은 파 무더기를 쓰러뜨린 한 여자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눈매가 고운 그녀는 자꾸만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곤 한다. 이제 막 운동을 마친 것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내는 여자 앞에 앉아 계속 지껄이고 있다. 그녀 옆에 앉아 파를 다듬던 여자가 무언가 대거리를 하며 웃는다. 여자들 앞으로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어간다. 삶이 너무나 뻔해서 아무런 은유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