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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최월순]등대는 늘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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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9회 작성일 13-01-0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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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날 바다는 어린모를 심어놓은 들판처럼 황홀하였다. 등대는 이미 바다를 사모한 지 오래이나 다만 그의 찬란함만을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검은 빗줄기 속에 바다 속 살림살이가 막무가내로 방파제로 넘어올 때에도 등대는 안타까운 눈길로 바다의 갈기를 어루만지곤 하였다. 때때로 해가 지고 무수한 별들이 내려앉으면 바다는 등대를 남겨두고 은비늘을 세우고 남모르는 곳으로 달려가기도 하였다. 바다는 어쩌면 등대를‘ 키 작고 조용해서 간혹 잊기 쉬운 여자’*처럼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대는 언제나 온 마음을 다해 기다린다. 아무리 큰 물결이 넘친다 해도 수많은 빛깔로 몸 바꾼다 해도 등대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오늘 아침 바다는 블루사파이어를 품은 듯 아련하였다.

 

※임영조의 시“ 이월”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