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2호2012년 [시-최월순]가난한 사랑노래―남경엔 눈이 올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64회 작성일 13-01-07 21:19

본문

 

식탁 앞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 아이가

어딘지 낯이 익다

여행길에 만난 지붕 낮은 중국집

남경반점 식탁 앞에서 오래된

풍경 한 점이 말을 걸어온다

눈발 날리는 겨울 저녁

발갛게 달아오른 연탄난로 위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재스민 꽃향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자장면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긴 시간

주머니 속에 구겨진 지폐 몇 장이 부끄러워

자꾸만 창밖을 내다보던 시간의 강물 속으로

스멀스멀 어둠이 내리고

또 다시 신작로에 눈이 날린다

갚아야 할 부채처럼 눈발은 차곡차곡 쌓이고

식탁 앞에서 얼굴 하얀 아이가 자장면을 먹고 있다

내 가난한 청춘 속의 남경엔 아직도 눈이 올까

재스민차 향기 하얗게 피어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