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월순]가난한 사랑노래―남경엔 눈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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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앞에서 자장면을 먹고 있는 아이가
어딘지 낯이 익다
여행길에 만난 지붕 낮은 중국집
남경반점 식탁 앞에서 오래된
풍경 한 점이 말을 걸어온다
눈발 날리는 겨울 저녁
발갛게 달아오른 연탄난로 위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재스민 꽃향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자장면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긴 시간
주머니 속에 구겨진 지폐 몇 장이 부끄러워
자꾸만 창밖을 내다보던 시간의 강물 속으로
스멀스멀 어둠이 내리고
또 다시 신작로에 눈이 날린다
갚아야 할 부채처럼 눈발은 차곡차곡 쌓이고
식탁 앞에서 얼굴 하얀 아이가 자장면을 먹고 있다
내 가난한 청춘 속의 남경엔 아직도 눈이 올까
재스민차 향기 하얗게 피어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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