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최월순]살구나무―형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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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밑에 라일락은 꽃잎 진지 오래
요양원에 어머니를 두고 온 날은
요란하게 떨어지던 살구도 자취를 감췄다
지붕을 두드리는 살구 떨어지는 소리에
매일 밤 보따리를 싸던 어머니는
한밤중에도 자식들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아들아 피란 가자
아들아 피란 가자
자식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서
매일 밤 보따리를 꾸렸다
살구 떨어지는 소리도 없는 요양원에서
보따리를 들고 서 있는 어머니는
당신 아들에게 묻는다
아저씨,
우리 아들 못 봤우?
우리 아들 좀 찾아주오
잊히지 않는 시간 속에서 동동거리는
어머니의 뜨락엔 올해도 라일락이 피고
살구도 여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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