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권정남]바다 위에 누운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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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빛 겨울 바다에 부처가 누워있다
이빨 물고 달려오던 파도는
부처 귀때기를 때리고 달아나고
갈매기만 부처 배가 바위섬인줄알고
백합처럼 앉았다가 날아갈 뿐
파도 끝에서 흔들리고 있는 부처,
삼욕계를 다스리는 무간지옥이다
사막이다. 끝나지 않는 수행이다
몸부림치는 아귀다. 고인돌 주검이다.
바다위로 아침 햇살 떠오르면
환희에 찬 미소로 누워있는 갈리버다.
흰 구슬 은파 반짝이는 적멸보궁이다.
붉게 벙그는 연꽃이다.
양양 휴휴암 겨울 바다에 누워
파도와 지치도록 싸우고 있는
고인돌 같은 부처를 보고
사람들은 건너편 너럭 바위에서
합장하며 연신 절을 하지만
엎치락 뒤치락
둥둥 물위에 떠 있던 부처는
못본척, 등이 시린지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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