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권정남]허공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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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에 매달려 있던, 그 남자
부나방 되어 허공에 떠있다
시퍼런 물이 아귀처럼 입 벌리고 있는
비선대, 천 길 낭떠러지
암벽을 타며
둥둥 날개 편 채 떠있는 그 남자
허공이 집이다
구슬 같은 별이
얼굴에 따갑게 쏟아지는 밤이면
달 빛 오로라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허공에서 잠을 잔다
하늘과 땅 사이,
올라 갈 수도 내려 올 수도 없는
벼랑 끝, 바람으로 흔들리며
절체 절명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억 만 광년 빛 앞에 제 몸을 불사르며
빙빙 도는 부나방이 되어
태양 아래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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