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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권정남]미끄러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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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99회 작성일 13-01-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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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닥하니 고개 돌리고 있던 하늘이 파안대소 한다.

옥수수 같은 이빨사이로 꼭꼭 박혀있던

웃음이 허공에서 미끄러진다

그때 마다 모딜리안 같은 그의 긴 목이 젖혀지며

스프링처럼 흔들린다

 

연두빛 꽃대궁 위 파꽃처럼 피어나던

간절한 그의 노래가 비누방울이 었다가 우주였다가

둥글게 둥글게 허공을 날아다니고

두 손은 손님처럼 언제나 주머니 안에 다소 곳이 있다

왼쪽 발가락은 그의 삶에 있어 손이고 전지전능한 해결사이다

왼쪽 발가락에 붓을 끼우고 붉은 달을 그리다가,

새를 그리다가, 예수를 그려놓고,

마음 속 도달하지 못한 세상은

여백으로 남겨 둔다

 

힘든 세상을 기웃기웃 혼자서 끌고 가는

출렁거리는 두 다리, 삐딱한 얼굴에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고 착하디 착한 그의 웃음이

주르르 햇살에 미끄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