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권정남]미끄러진 웃음
페이지 정보
본문
삐닥하니 고개 돌리고 있던 하늘이 파안대소 한다.
옥수수 같은 이빨사이로 꼭꼭 박혀있던
웃음이 허공에서 미끄러진다
그때 마다 모딜리안 같은 그의 긴 목이 젖혀지며
스프링처럼 흔들린다
연두빛 꽃대궁 위 파꽃처럼 피어나던
간절한 그의 노래가 비누방울이 었다가 우주였다가
둥글게 둥글게 허공을 날아다니고
두 손은 손님처럼 언제나 주머니 안에 다소 곳이 있다
왼쪽 발가락은 그의 삶에 있어 손이고 전지전능한 해결사이다
왼쪽 발가락에 붓을 끼우고 붉은 달을 그리다가,
새를 그리다가, 예수를 그려놓고,
마음 속 도달하지 못한 세상은
여백으로 남겨 둔다
힘든 세상을 기웃기웃 혼자서 끌고 가는
출렁거리는 두 다리, 삐딱한 얼굴에
해바라기 꽃이 피어나고 착하디 착한 그의 웃음이
주르르 햇살에 미끄러진다
- 이전글[시-권정남]돔배기 13.01.08
- 다음글[시-권정남]허공이 집이다 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