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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권정남]돔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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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89회 작성일 13-01-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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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기 위해 꼬지에

돔배기를 꿴다

연 분홍빛 네모난 살점

 

 

푸른바다를 포획하며

물거품 쏟아내던 날샌 기상

노인*에겐 영원한 그리움이었던, 바다의 왕자

날카로운 대나무꼬지에

옆구리를 관통 당한다

 

 

해마다 영천 재래시장에서 돔배기를

사서 보내주던 둘째시누이

유월땡볕, 푸른 물결 넘실대던 보리밭에서

한 마리 상어가 되어

파도를 누비듯 푸른 밭이랑을 맨발로 누비며

모진 가난 앞에

생을 불태웠다

 

 

상어가 세찬 파도를 넘다가 잘못, 그물에 걸려 쓰러지듯

시누이는 암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여 쓰러졌다

꼬지에 꿴 붉은 살점 돔배기가

도마 위에 차례차례 건반처럼 나란히 누워있다

그 아래로 검푸른 바다가 흔들리고

무덥던 유월 넘실대던 푸른 보리가

한 계절 내 출렁이고 있다.

 

 

* 돔배기 : 상어를 도막쳐서 2~3개월 숙성 시켜 놓은 것을 말한다.

* 노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