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권정남]돔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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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내기 위해 꼬지에
돔배기를 꿴다
연 분홍빛 네모난 살점
푸른바다를 포획하며
물거품 쏟아내던 날샌 기상
노인*에겐 영원한 그리움이었던, 바다의 왕자
날카로운 대나무꼬지에
옆구리를 관통 당한다
해마다 영천 재래시장에서 돔배기를
사서 보내주던 둘째시누이
유월땡볕, 푸른 물결 넘실대던 보리밭에서
한 마리 상어가 되어
파도를 누비듯 푸른 밭이랑을 맨발로 누비며
모진 가난 앞에
생을 불태웠다
상어가 세찬 파도를 넘다가 잘못, 그물에 걸려 쓰러지듯
시누이는 암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여 쓰러졌다
꼬지에 꿴 붉은 살점 돔배기가
도마 위에 차례차례 건반처럼 나란히 누워있다
그 아래로 검푸른 바다가 흔들리고
무덥던 유월 넘실대던 푸른 보리가
한 계절 내 출렁이고 있다.
* 돔배기 : 상어를 도막쳐서 2~3개월 숙성 시켜 놓은 것을 말한다.
* 노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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