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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권정남]바라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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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2회 작성일 13-01-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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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번쩍거리는 보름 달을 들고

뒤집었다 펼쳤다가, 쟁쟁 허공을 때리다가

버선발 빙그르르 돌며 춤을 추고 싶다

 

태풍 루사 때 산사태로 매몰된

서른의 동생도 불러내고

객사한 아버지도 불러내고

저승에서도 나를 못잊는 할머니도 함께

명부전 위폐 속, 다리가 아프도록 서있는

그들을 한명씩 호명하여

죽은 자와 산자가 하나 되어

파란 하늘을 어깨에 걸치고

버선발로 사뿐사뿐 춤을 추고 싶다

 

‘황금빛 바라, 엎으면 하늘이요 젖히면 땅이라’

 

소금기로 절여졌던 내 삶을 허공에 펼쳐놓고

가사장삼 펄럭이며 물결처럼 흔들리다가,

접동새처럼 흐느끼다가

윤기 나는 바라로 번쩍번쩍 하늘을 닦다가

나를 닦다가,

내 눈물을 닦다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궤도를 따라 도는 행성처럼

팔랑팔랑 몸 뒤집는 나뭇잎이 되어

허공을 빙빙 도는 흰나비가 되어

여승女僧이 되어

 

 

나뭇잎 떨어지는 날,

둥둥 바라춤을 추고 싶다

 

*바라 춤 : 불교에서 재를 지낼 때 승려들이 추는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