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지영희]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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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창으로 바람이 살그머니 들어온다
난잎이 살랑 흔들리고
푸른 잎맥 위로 제 그림자 겹겹이 쌓여
숲이 된다
숲에서 불어오는 가을 속에
급히 써 내려가던 펜을 놓고
살그머니 눈을 감는다
발밑에 부서지는 잎들의 마지막 말씀
흘러가는 구름 몇 점 뜯어먹고
넘어가는 햇살에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붉게 물들이며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다가
꿈을 쓴다
꿈을 쓴다
이 순간, 걸어 들어오는 바람에
지난 여름 뱉어내지 못한 말들을 들려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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