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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채재순]저릿저릿 오래 아프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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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742회 작성일 05-03-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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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나무들, 꽃잎 꽃잎 휘날린다
이런 날이면 자꾸 떠오르지
초등학교 시절, 늦은 하교 길에 만난
허름한 구멍 가게 평상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몇 분
우리 할머니 차례가 되었던지
목에 힘을 주어 선창을 하던
석탄, 백탄 타는데……

아침이면 묵상 기도하며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던 분이
막걸리 잔 앞에 놓고
토하던 그 노래

일찍이 그 분의 깜깜한 가슴을 읽었던 것일까
꽃바람 부는 봄날이면 선연하게
푸른 멍과 함께
자꾸 날 따라 오는
석탄, 백탄 타는데……

꽃 그늘 아래 서면
하염없이 떠오르는 나의 배따라기,
가슴을 치받친 듯 저릿저릿 오래 아프던

이것 역시
할머니의 무장해제된 또 다른 기도는 아니었는지
퍼내어도 퍼내어도 저장고 가득 재여 있을
석탄, 백탄 더미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