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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지영희]용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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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4회 작성일 13-01-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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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에 잠을 깨니

장대비가 어둠을 뽀얗게 벗기고 있었다

 

두 눈을 방바닥에 붙이고 팔을 벌린다

 

용서는 구하기보다

용서하는 일이 더 힘들다

용서를 잡고 있는

상처의 굵은 뿌리를 밖으로 내놓고

용서라는 말을 밥알처럼 삼켜도

용서라는 말을 빗소리만큼 들어도

상처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오, 질긴 것

저 비 속으로 들어가

껍질 채 벗겨

오장육부까지 흠뻑 젖고 싶어라

용서가 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