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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채재순]양귀비꽃,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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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55회 작성일 13-01-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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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관사 마당 귀퉁이가 환해졌다

불쑥 피어난 양귀비꽃 다섯 송이

화장실 앞에 보란 듯이 피어

집의 중심이 되었다

시름시름 앓던 내게

마른 양귀비 삶아 먹이던

할머니 살아온 듯 반가워

절로 웃음꽃 피어나던 나날들

며칠 후 집 비운 사이

사라졌다, 양·귀·비·꽃

봄앓이가 시작된 건 그 무렵부터

그 후로 봄은 왔지만 봄의 심중에 이르지 못해

상처의 꽃밭으로 욱신거리고

가녀린 꽃대 위에

결기 가득한 눈빛으로 밝히던 꽃

속절없이 봄은 가고

양귀비꽃이 구름 속에서

집 찾아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저벅저벅

선연하게 들려오는 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