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채재순]벼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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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갑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등교합니다
몸속 가득 비명을 숨겨놓고 산 적도 있지요
비지땀이 흐르는 날에도
마음이 절간 같은 날에도
출렁다리 건너 교정에 들어섭니다
낭떠러지 경고를 가슴에 새기고 걸어갑니다
몹시 멀미 심해 울렁거리는 날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지각은 하더라도 결석은 하지 않아요
줄넘기하던 친구가 손짓하고
숨바꼭질과 보물찾기도 기다리고 있지요
말짱한 정신으로
거미줄에 걸린 것들을 세어보는 날도 있지요
뒤꿈치가 아파도, 발톱이 빠져도
반창고 바른 후 절뚝거리며 교실 문을 열지요
내 의자엔 누구도 앉을 수 없어요
대리 출석을 용납하지 않는 학교
출석부엔 사라진 이름과 사라질 이름이 있지요
살림이 바닥나더라도
세상을 읽고, 셈하러 학교에 가야해요
살아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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