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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채재순]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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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63회 작성일 13-01-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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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서 시작되었다

꽃밭이었고, 뭉게구름이었고

살랑 바람 불었다

후회로 범벅된 날들이 오글거렸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발길질을 해대며

미리 읽어버리고 무릎 꿇은 채

너무 높다고, 아주 멀다고 중얼거리며

갈림길에선 허공을 바라보곤 하였다

기회는 눈앞에서 사라지기 일쑤고

거머쥐지 못한 행운은 풀밭에 숨어 있고

뒷짐을 진 채 어슬렁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가끔씩,

털끝 의심도 없이 달려가는 날들도 없진 않았지만

후회와 체념 사이에서 서성, 서성거리고 있다

일확천금은 애초에 노린바 없지만

숲엔 안개가 수없이 몰려오겠지만

노을은 서쪽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꽃들은 기억해주는 이 없어도 피고지고

이젠 돌아오지 않는 날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