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장승진]계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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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동네에
어린 딸 데리고 나타나는
거지 어멈 있었지
다들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쫓지 않고 같이 얘기하며
한참씩 놀다 가곤 했는데
계월인 누구 씨냐고
은근히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지
그냥 좋은 사람이었다고
슬쩍 첫날 밤 정황을 비추기도 했는데
사람들 짖궂게 캐묻고 시집가라 재촉해도
내 힘으로 딸 하나만 잘 키우면
그만 아니냐고 심각했는데
좀 모자라도 괜찮은 여자라고
말들 했는데
계월이 어느 절에 맡겨져
공부도 잘하고 예쁘게 잘 컷다고
훗소문도 들렸는데
지금도 살았을까 계월 엄마
막걸리 한 잔 하니
문득 보고 싶다
자식 버리고 사라지는
몹쓸 어미들 많은 이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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