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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장승진]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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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00회 작성일 13-01-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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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사학년에

사명산 오를 땐

눈 쌓인 산등성이 바싹 따라 붙었고

칠월 태백산서 장대비 만났을 땐

길을 삼킨 계곡물 위 붉은 리본 표시 찾아

사슴처럼 내려오며

아비 안심 시키더니

 

바쁘게 먼 길 찾아 떠난 아이야

아카시아 꽃향기 풍기는 오월

결혼식장 아비 옆에 늠름히 서 하객 맞는

친구의 그 아들이 너 인줄 알았다

좋은 날 늙어가는 내 옆을 지켜줄

너였으면 하고

목이 메었다

 

 

젓가락으로 국수 가닥 말아 넣으며

생각 말자 생각 말자 타이르지만

신부가 예쁠수록 축복이 넘칠수록

괜히 왔나 속 좁은 후회가 오니

친구 아이들 결혼식 가기 싫다

 

 

마음 셔터를 내리고

생각 보따리 동여 매놓고

낯 술 한 잔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일부러 콧노래 흥얼거리며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오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