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이국화]박치기 막가파
페이지 정보
본문
왕년의 프로레슬러 김일은 박치기 선수였다
막가파로 머리를 도끼 삼아 상대를 들이박으면
상대는 비틀비틀 밀리면서 나가떨어지던 때
막혔던 체증이 다 뚫려나가곤 했지
요즘 박치기들이
공원이나 동네 뒷동산에 많이 산다
가슴박치기 등박치기 배박치기는 하면서도
머리박치기는 절대로 안 해
막가파는 아닌 모양인데
다시 보면 그들이 모두 막가파이다
막가파는 앞뒤 안 가리고 막 가기도 하지만
마지막 가는 파(派)이기도 해서
늙었거나 심신에 병 있는 자들로 건강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하는 모습
나도 어딘가 박치기 한 번 시원하게 하여
막가파 돼보고 싶은지
마음과 몸 근질거리는 데를
동네 뒷동산에 올라
죄 없는 나무에게 들이박는다.
- 이전글[시-이국화]훔치다 13.01.08
- 다음글[시-이국화]고물상 간다 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