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이구재]오월의 숲은 지우개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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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찾아 가
안길 수 있는 숲
버석이는 속내를
우울의 보자기에 싸안고
자괴감의 검은 꼬리 끌며
나서는 행보
다가갈수록 온화한
신록에 나를 밀어 넣는다
불신이 고인 눈 반쯤 감고
나지막이 조아려
숨은 그림 찾는다.
자잘한 꽃들과 이끼와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동그란 햇빛과 새 소리와 솔내 묻은 파란바람과
이파리를 기는 작은 벌레들과 걸터앉을 만 한 바위와 골짜기를 구르는 시냇물이 모두 지우개를 들고
나를 지우기 시작한다.
뭉글뭉글 솟는 행복한 시력으로
오월의 깨끗한 신록을 읽는다
오월 숲의 지우개는 푸름을 전이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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