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이충희]아, 숭례문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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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별 오신다는 입춘 오후 3시 무렵
아주 오랜만에 숭례문 님의 곁 지나며
수려한 그윽한 기품 아니고 어딘가
핼쑥하니 가라앉은 느낌으로 계셔
싸드름한 날씨 탓? 단청한지 오래겠지
까마득 잊었더니 아니???
슬슬 연기 오르던 순간까지도 누전 ?
곧 진화 되겠거니 믿었습니다.
그러나 믿기지않은 그 생생한 보도화면은
억장이 문어지는 비분을
몸 떨며 지켜보아야하는
으뜸자리 국보 아,아 숭례문 님을
속수무책으로 화마가 앗아가는 모습을
밤새며 지켜보아야하는 국치일國恥日이였습니다.
600여년 이 나라 누대의 현장을 지켜낸
그 장엄한 당당한 모습 불길 속으로 와르르
활활 떠나보내야했습니다.
원통하고 애석해서 부끄럽고 부끄러워
무어라 변명 못드립니다. 용서하소서.
그 역사 그 숨결 그 깊고 융숭함을
그 그윽함을 그 자긍심을
어찌 복원이란 말로 아닌 듯 세울 수 있겠습니까
무례한 성급함 용서하소서.
빼곡한 빌딩숲에 갖혀 숨 한번 크게 쉬지도
못하셨을 님을 떠올리면 송구해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늘 죄인입니다.
용서라는 말씀이 태산을 이룬들 어찌 사죄되겠습니까만
이 나라 백성 모두가 엎드려 석고대죄의 예를 갖춰
비통함을 삼키며 거룩한 모습으로 환히 돌아오실
숭례문 님을 간절히 그리며 거듭 거듭 용서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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