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2호2012년 [시-김춘만]비오는 날의 천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25회 작성일 13-01-08 11:16

본문

 

솥단지 걸어놓고

거나하게 술 나누는 천렵

아버지 따라 갔던 기억 아득한데

오늘은 내가 천렵을 한다.

 

닭백숙 솥에 빗방울이 후두둑 안부를 전하고

불어난 개울물은 잔돌을 굴리며

소리소리 지른다.

 

 

고기 몇 점 둥둥 뜬 국 그릇 받아들고

온 동네가 즐거워하던

그 날도 비가 내렸고

집에서 기르던 우리 개가 없어졌다.

 

 

자꾸 비가 온다.

빗방울은 여러 형상을 만들었다가

이내 사라진다.

누가 무슨 기척을 보내는지

알듯말듯한 중얼거림들 귓전을 울린다.

 

 

비오는 날의 천렵에

아이들은 모두 어디 보내고

나이 든 또래 몇이 둘러앉아

옛 생각을 뜯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