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김춘만]산에 그물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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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친다.
무엇이 걸리라고 치는 게 아니라
오지마라 친다.
수시로 찾는 발길
산속에서 뛰어야 할 고라니들
연한 줄기를 뜯어대고
더러는 멧돼지도 들쑤시고 가니
당할 수 없다.
바다에서 쓰던 그물이 산으로 올라오고
그물 속에서 크는 곡식알은
제 맛을 잃는다.
산 골 밭마다 그물을 치니
눈동자 순한 산짐승뿐이랴
사람들조차 겁낸다.
그물을 친다.
사람이 다니는 길도
산짐승이 다니는 길도
그물로 막는다.
그물 속에 사람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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