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김춘만]무엇을 비우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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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정리 하면서 무진장 비운다.
이 많은 짐이 집 속에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고물장수 최씨가 며칠째 가져간다.
덩어리 채 무게로 달아 푼돈으로 바꿔질
저 짐 속에는
아버지가 평생 쓰시던 쟁기도 있고
어머니 곱게 쓰던 가방도 있다.
그 쟁기로 집도 늘리고 책상도 만들었다.
저 가방에서 꼬깃꼬깃 용돈을 챙겨주셨다.
책장도 비운다.
채 읽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마음의 짐도 비운다.
아이들의 손때 묻은 장난감도 버린다.
아이들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구식이다.
따뜻하다.
무엇을 해도 핑계대기 좋은 날이다.
다 가져가면 최씨가 막걸리 한잔 살까?
아릿한 죄짓기에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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