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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김춘만]무엇을 비우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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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27회 작성일 13-01-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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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정리 하면서 무진장 비운다.

이 많은 짐이 집 속에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고물장수 최씨가 며칠째 가져간다.

덩어리 채 무게로 달아 푼돈으로 바꿔질

저 짐 속에는

아버지가 평생 쓰시던 쟁기도 있고

어머니 곱게 쓰던 가방도 있다.

 

그 쟁기로 집도 늘리고 책상도 만들었다.

저 가방에서 꼬깃꼬깃 용돈을 챙겨주셨다.

 

책장도 비운다.

채 읽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마음의 짐도 비운다.

아이들의 손때 묻은 장난감도 버린다.

아이들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구식이다.

 

따뜻하다.

무엇을 해도 핑계대기 좋은 날이다.

다 가져가면 최씨가 막걸리 한잔 살까?

 

아릿한 죄짓기에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