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박명자]고냉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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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배추들이 콧잔등 시퍼렇게 얼어
자작나무 숲 쪽으로 줄지어 걸어간다
배추들 귀때기에서 찬바람 소리가
내 오지랖을 방금 스쳐 지났다
아흔 아홉 구비 대관령 잎새 부터
조금씩 날리기 시작하는 눈발들 사이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맴 맴 맴도는데
얼음세공 같은 감성을 어디에 숨기고
Mr.B는 요즘 메시지 한번 없을까
나 이제 웅크리고 꿈가지들 모두어 착한 동물처럼
깊은 겨울나기 동굴에 혼자 들어야 할까봐
외계에 내리는 사만오천개의 진눈개비들만
하나. 둘…
창백한 메시지를 남기고 슬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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