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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박명자]九月의 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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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77회 작성일 13-01-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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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물은 깨달음 깊은 도인처럼

눈꺼풀 내리깔고 잔잔히 침묵의 제 길을 가고 있다

 

물살은 나무보다 먼저 깨어나

빠른 걸음으로 자갈돌들을 살짝 건드렸다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아니하며

오직 앞만 보며 내 달리고 있다

 

생의 구비구비에서 한 번씩 뒤척일 적마다

다시 보이는 고단했던 세간들

닿을락말락했던 암묵의 눈짓들

좀체로 으깨어지지 않는 인연의 고리들

조금 심플했던 연애건

이제는 끝났다 3막4장이 끝났단다

얼룩점들을 패대기쳐 던지고

 

江은 오직 시선을 멀리 두기로 하였다

쭈글쭈글한 자신의 생애를 반듯하게 접고 접어

바다의 배꼽 속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