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2호2012년 [시-박명자]데칼코마니―감나무가 서 있는 풍경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101회 작성일 13-01-08 13:53

본문

 

울긋불긋한 감나무 서너 그루 웅성웅성 서 있는

유년의 풍경 한 컷을 압축캡슐에 담아 놓고 다시 본다

 

 

반짝거리는 손바닥을 살랑살랑 흔들다가

한나절이 기울 무렵 전신으로 키를 키우면서

부웅 떠오르는 감나무들

 

 

두근거리는 가슴의 파문 한 장 한 장 뒤집으면서

기억의 소실점을 남기고 아득히 멀어지는 나무들…

 

가난한 가을 냄새 솔 솔 익어가는 뜨락 저편으로

속눈썹이 긴 소년 하나

자전거 바퀴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붉은 감이 도레미솔로 층층이 매달리는 가지 사이로

소년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 보고 싶었는데

감나무는 이명 속에 손을 넣어 소년의 실루엣과

가을 감나무를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펴 놓는다

 

칸막이 논바닥에 들숨 날숨

빛의 각도로 내려앉는 바람이

데칼코마니 식으로 가을 그림 한 장을 완성해 놓았다

― 감나무가 서 있는 풍경 ―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