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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수필 - 심재현 - 밥의 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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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8회 작성일 14-01-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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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에 막 입문한 나에가 낚시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 “ 이 근 방에서 고등어 손맛을 보면 다른 물고기는 손맛을 느낄 수 없다 . ” 겨우 배 대미를 낚아 올리기 시작한 나에게 고등어를 낚는 다는 것은 몇 년이 더 지나야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 그러다가 우연찮게 고등어를 낚 게 되자 , 선배들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 배대미의 퍼덕거리 는 손맛도 , 놀래미나 우럭의 묵직한 손맛도 고등어의 손맛에 비할바가 아 니었다 . 그 맛을 알게 되니 시간만 나면 거진항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 고 등어 잡자고 달려들면 덤으로 아지나 , 배대미도 걸려드니 , 손맛도 보고 반 찬거리도 들고갈 수 있어 늘 낚시할 틈만 찾곤 했다 .

 

한번은 낚싯대가 갑자기 버드나무처럼 휘어졌다 . 따로 챔질을 한 것도 아닌데 , 핑 ~ 하는 소리와 함께 낚싯대가 휘어지는 것을 보니 보통 녀석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 서로의 힘겨루기 끝에 수면 위로 녀석의 모습을 확인하자 , 빨리 건져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겼다 . 보통 소고도리로 불리는 작은 녀석이 아니라 , 자반고등어라고 하는 꽤 큰 녀석이었다 . 하지만 초 보의 한계라고 할까? 그 녀석을 조급하게 건지려다가 결국 놓치고 말았 다 . 그 후 몇 마리 더 잡았지만 , 큰 놈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 그래도 그날은 고등어를 여럿 잡아 저녁 식사에 고등어를 구워먹 을 수 있었다 . 고등어를 손질하여 소금 살살 뿌리고 , 기름을 둘러 구워주 니 , 집사람도 어린 것들도 싱싱하고 맛있다고 좋단다 . 어린 녀석들 마저 생선이 너무 맛있다고 다음에 더 잡아달라고 하니 내가 낚시하는 것을 탐 탁치않게 여기던 집사람마저 배대미나 아지 같은 작은 녀석들을 잡지 말고 고등어나 더 잡아오라고 하였다 . 이날 처음으로 낚시하는 보람을 느꼈다 .

 

흔히들 낚시는 물고기와 낚시꾼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낚시는 매우 불공평한 싸움이다 . 낚시꾼이야 물고기를 잡으 면 반찬거리 하나 생기는 것이지만 , 물고기 입장에서는 지면 죽는 것이고 , 이겨야지만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다 . 한쪽은 져도 그만이지만 , 한쪽 은 이겨야지만 살 수 있는 싸움인 것이다 . 이렇게 냉혹한 싸움이 어디 있 을까? 내가 놓쳤던 녀석은 분명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 그 녀석에게는 그 순간이 매우 절박했을 것이다 . 고등어를 잡으며 느낀 손맛 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저항하던 몸짓이었다 . 어디 고등어만 그랬을 까? 배대미의 손맛도 , 우럭의 손맛도 삶을 향한 치열함의 흔적인 것을 .

 

그날 고등어 살점을 입에 넣으며 나의 잔혹함에 몸서리를 쳤다 . 배대미 도 아지도 고등어도 … 모든 물고기들이 사람들의 반찬거리가 되기 위하여 태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 아니 ,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누군가의 먹이가 되 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 하지만 ,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내가 살자고 다른 생명을 먹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 먹는 다는 행위는 냉혹한 현실이다 .

 

배대미 새꼬시가 감칠맛이 있는 것도 , 고등어 구이의 살점이 고소한 것 도 그들이 살고자 했던 의지가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내가 항 상 먹고 있는 모든 음식에는 그들이 살았던 흔적과 삶에 대한 열망이 남 아있을 것이다 . 밥에는 생명의 무게가 담겨있다 . 우리가 먹고 산다는 것 은 그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가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

 

중학교 때 국사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야단을 칠 때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 “ 사람이 밥을 먹었으면 밥값은 못해도 똥값은 해야지! ” 가끔은 그 말씀이 심장에 콱 박힌다 . 하루를 의미 없이 보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일 수록 더욱 아프게 박힌다 . 나는 하루를 살며 얼마나 밥값을 했을까? 나 하 나 살리자고 사라져간 생명들의 무게를 짊어질 자격이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한다 . 생명의 무게 , 밥 의 무게를 거뜬히 짊어질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한다 . 밥값을 해야 하는 것은 살아가는 동안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의지와 흔적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수많은 생명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 심히 살아가는 것 . 하루를 살며 밥값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걸어야할 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