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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수필 - 최선희 - 낙산사의 겨울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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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84회 작성일 14-01-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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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화장은커녕 세수도 귀찮아 겨우 물질하던 얼굴에 오늘은 붉 은 볼연지와 립스틱까지 슬쩍 찍어 발라 예쁘게 만들었다 . 거울속의 나를 보니 주름살은 뻔뻔하게 그대로 살아있지만 피부의 잡티는 화장 덕을 보 며 좀 숨고 있었다 . 여자는 화장이 큰 가리개 역할을 하는 필요함을 꼭 처 음 느끼는 것처럼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

 

갑자기 오늘의 계획을 생각하며 옷을 바꿔 입었다 .

 

오늘 조간신문을 뒤척이며 못마땅한 기사에 중얼대는 남편에게 약간의 언지도 없었던 말을 건넸다 .

 

“ 나 지금 낙산사 가고 싶어요 . 심심한데 같이 드라이브 안 할래요? 날씨 도 좋은데 . ” 퉁명스럽게 걸려오는 유혹에 당황해 하는 남편을 보며 나는 이미 준비가 다 된 상태라서 미안했다 .

 

당연히 “ 혼자 차 조심해서 갔다 와 . 난 집보고 있을 테니 . ” 답변을 짐작 하였는데 더 미안한 입장이 되었다 .

 

“ 알았어! 난 위에 잠바만 입으면 돼 . ” 하며 옷을 들고 신발장 앞으로 먼 저 기분 좋게 나서고 있다 .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대리고 나오니 애들처 럼 기다리고 있다 . 예의상 베푼 말이 옆 좌석에 듬직하고 편안한 마음을 안겨 주었다 . 부부는 이렇게 고맙구나 . 아파트를 빠져나와 200미터 쯤 가 니 시내 쪽에서 대포 항 방향의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걸음으로 주 춤대기만 한다 . “ 웬 일일까? 무슨 사고라도 났는가? ” “ 신호등은 아직 멀 었는데 . ”

 

중얼거리며 ‘ 아차! 생각이 짧았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 ’

 

바쁘지 않고 매일 한가로이 지내던 나날들을 그냥 허무하게 보내고 하 필이면 오늘 많은 관광객들이 대포 항이며 설악산 낙산사 등 여러 곳을 즐 거움의 눈요기로 찾는 연휴 중간 일에 방해를 하려는 바보가 되었다 .

 

그래도 되돌아오기도 쉽지 않아 줄줄이 서서 걸음마하는 앞차의 뒤꽁무 니를 따라했다 . 20분이면 도착할 낙산사 해변 가 주차장에 한 시간이 넘 어 도착을 하였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한참을 헤매야 하였다 . 승용차들의 출차 눈치만 보며 겨우 한구석을 찾아 주차를 하고보니 너무 다행스러워 꼭 고급 주택자리를 잡은 느낌이 들었다 . 가게나 식당 앞 골목길 까지 꽉 메운 차들을 보고 우리는 싱긋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

 

“ 와 ~ 우리나라 정말 부자 나라구나 . 저 많은 차들이 낙산사 해변 가를 빽빽이 들어앉은걸 봐 . ” 자랑스러운 흐뭇함도 있었다 .

 

‘ 공짜국수 ’ 라고 써 붙인 안내문 마당에는 약 20미터 길이로 가족들이 국수 공양을 하기위해 긴 줄로 서서 긴 줄이 짧아지는 재미까지 느끼는 것 같다 .

 

관광객들이 휘 돌아 구경만 하고 가는 오늘이라 홍련암 부처님 방은 복 잡하지 않고 넉넉한 자리를 맡아 삼배를 겸손한 바른 자세로 올릴 수 있 고 방석에 앉아 한참을 기도도 할 수 있었다 .

 

옆에서 뒤에서 살펴 보호 해주는 남편과 동행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도하고 빠른 걸음의 재촉도 없이 슬슬 발걸음 옮겼다 . 하얀 파도 너 울대는 푸른바다를 바라다보며 마음속에 썩은 내음 모두 뽑아 내풀고 맛 있고 깨끗한 검은 점 하나 보이지 않는 청정한 공기 욕심 부려 훌쩍 뱃속 으로 퍼 들어 삼키니 마음의 청소가 윤이 나는 것 같았다 .

 

꼭 처음 만나는 해변에서 파도의 거품을 느끼는 감명이었다 .

 

낙산사 , 의상대 , 홍련암 , 해수관음사 등의 이어진 산비탈 길에는 경상 도 , 전라도 말씨의 구수한 사투리가 머 ~ 언 여행의 피곤함도 잊고 고루고 루 다녀본다 . 무더기무더기 짜여 진 단체나 가족들은 한 바퀴 돌아 내려 해변 가 모래사장에서 부처님께 못다 빈 하소연을 멀리보이는 넓은 바다 에 소원 성취를 간곡히 부탁하는가보다 . 어른들은 조용히 서서 출렁이는 바다물결 물끄러미 바라보고 기도라도 하는 듯 마음들을 풀고 아이들은 모래장난과 뛰어놀기에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우리는 연인사이라고 떳떳이 팔짱끼고 모래밭을 거니는 젊은 남녀 ,

 

허리 굽은 친정엄마께 마지막 효심을 보이는 딸 . 처음 여행을 온 느낌 을 주는 너는 너 , 나는 나의 어색한 부부의 모습은 살며시 가서 손을 정답 게 잡혀 주고 싶은 쓸데없는 걱정도 생겼다 .

 

바닷바람이 휙 불면 제법 찬 공기가 얼굴을 건드리지만 모두 얼굴에 미 소를 지으며 오늘 하루도 즐기고 있다 . 잔잔한 푸른 바닷물 하얀 거품 만 들어 살살 달려와 모래사장 슬쩍 간질이며 들락날락한다 . 갈매기들 살며 시 미끄러지는 파도 줄에 맞춰 살짝 날개짓 율동으로 즐기는 모습도 감상 하는 모든 관광객과 어린이들은 잊지 못할 추억의 그림 한 점 그리고 있 겠지 .

 

이 사람 저 사람 스마트폰의 기념사진 촬영도 바쁘고 있다 .

 

해변 가 주차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는 큼직한 관광버스 여러 대도 앞 유리창에 출발지 이름표를 붙이고 자기 고향냄새를 풍기고 있구나 .

 

운전기사는 맑고 시원한 동해의 푸른 바다 울렁이는 맵시에 도취 된 채 담배 연기만 풀풀 날리며 나와 섰다 .

 

오늘 우리 부부는 멀리에서 낙산사를 처음 찾아온 관광객이 된 듯 즐거 운 하루를 마음에 담았다 .

 

‘ 아 ! 즐거운 하루는 어디론가 또 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