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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장승진]늘 거기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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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47회 작성일 05-03-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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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문 앞에서
열쇠 둔 곳 몰라 쩔쩔 매고
구멍 속에 들어가 빠지지 않는 열쇠와
힘겨운 씨름을 했어요
아무도 없는 줄 알면서
습관처럼 초인종을 눌렀지요

나의 열쇠
나의 자동응답기
나의 절대 후원자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부르며
주저앉아 아이처럼 울고 싶었어요

추한 모습 보여주기 싫으셨지요?
그렇게 훌쩍 떠나시니
약국, 미용실, 병원 간판
기대어 창 밖 세상을 내다보시던
아파트 계단 난간까지
생가슴에 소금을 뿌리잖아요

이젠 훨훨 마음대로 다니시지요?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시구요
늘 거기 그 자리에 계시던
할머니
새로운 곳에서도 잘 계시죠?
정말 편안히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