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3호2013년 [ 수필 - 박성희 - 신병교육대에 다녀와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92회 작성일 14-01-17 11:24

본문

- 사랑하는 아들에게

 

일산을 출발하여 춘천쯤 갔을 때 , 아침 햇살이 산 위에 올랐다 숨었다 반복하며 숨바꼭질하더라 . 오 개월 만에 아들 만나러 가는 마음은 강원도 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양구에 먼저 가 있었단다 . 감기 걸린 목소리를 들 었을 때 , 기침으로 잠이나 제대로 잘까 걱정하며 도라지 , 매실 , 복분자도 챙겼단다 . 아빠는 복분자가 아들에게 왜 필요하냐고 묻더라 . 그래도 가져 갔구나 .

 

삼십여 분을 더 달려 양구에 들어서니 내비게이션 안내가 달라지더라 .

 

‘ 낙석주의 구간입니다 ’ , ‘ 커브길 조심하세요 ’ , ‘ 미끄럼 주의하세요 ’ 등을 빠르게 외치는 거야 . 구불구불한 이곳 어디쯤에 아들이 있겠지 하며 산을 뱅글뱅글 도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더라 . 아들 보겠다는 마 음이 급해서 사십 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우리 보다 마음이 앞선 사람들 이 많더라 .

 

대기실에서 5주간 훈련 성적표와 자대 배치표를 받았을 때 , 막막했단 다 . 훈련소도 산을 몇 번씩 접어놓은 중간에 위치하는 것 같았는데 , 자대 배치 받은 부대는 GOP가는 부대라는 거야 . 크고 작은 산들이 끝없이 이 어지는 북쪽 넘어 금강산이 보이는 어디쯤에서 보초 서야 할 아들 생각하 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더구나 . 에먼 핸드폰 뚜껑만 열었다 닫았다 하며 후회했단다 . 괜히 군대 가라고 했나? 형처럼 하고 싶은 공부하면서 국가 연구원 3년 하면 군대 면제인데 . 아들이 둘인데 둘 다 군대 안 간다면 대 한민국에 사는 것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 한 살 이라도 어릴 때 가라고 재 촉한 것이 미안해졌단다 . 훈련 성적표는 예상보다 좋아서 놀랐지 . 몸치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30% 이내 성적을 거둘 줄이야 .

 

마음은 여러 갈래로 복잡한데 수료식 시작한다며 운동장으로 나가라고 하겠지 . 마음을 누르는 돌덩이를 안고도 아들 볼 생각에 좋았단다 . 먼저 군악대가 빨간 단복을 입고 등장하더라 . 군가를 연주할 거라고 추측하며 심드렁하게 앉았는데 진짜사나이를 연주하는 거야 . 많은 부모들을 웃게 한 것은 한 사병의 춤이었단다 . 생각지도 못 했던 코믹 춤을 보며 , 손뼉 치 며 웃고 아들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잊을 수 있었지 . 군악대 연 주와 운동장을 활보하던 사병의 춤이 끝나고 나서 맞은편 건물에서 훈련 병들이 한 명씩 나와 줄을 서더니 운동장으로 뛰어오더라 . 그때 아빠는 울 컥 눈물이 쏟아졌다고 .

 

미리 아들이 설자리를 확인했는데 , 얼굴이 칙칙하게 그을려 있어 한 눈 에 알아보지 못했단다 . 얼굴을 보고 훈련이 고되었다는 것을 짐작했지 . 이등병 계급을 부모가 직접 달아주어야 한다고 해서 아들에게 갔을 때 , 눈 물은 주책없이 흐르겠지 . 고생한 아들 모습이 떠올라 마음 아팠단다 .

 

사단장님이 훈련병들을 아들처럼 , 친구처럼 , 형제처럼 생각하며 가르쳤 다는 말에 안심이 되더구나 . 구타당하며 지내는 것은 아닐지 걱정 했거든 . 아들 말을 통해서도 구타나 욕설은 없었다고 해서 마음은 놓였단다 .

 

차안에서 훈련소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들 말을 들으며 5주 동안 체력단련 훈련소로 생각하며 지냈구나 싶어 마음이 놓이더라 . 휴일 은 조교나 교관도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도록 해서 간첩 놀이했다 는 말에 박장대소할 수밖에 . 일반인이 간첩 잡으면 1억 원 받지만 군인은 육 개월 휴가에 또 휴가 그러다 전역한다는 말을 들은 훈련병 동기들이 간 첩 놀이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했다는 말은 , 슬픈 말인데도 재미있 었단다 . 그곳에서는 밤하늘에 빽빽한 별들을 본다고 . 공기가 맑아 비염도 없어졌다고 . 생각하는 것처럼 힘들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말하는 아들 .

 

군대 오니 여섯 시에 일어나 열 시에 수면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는 아들의 말이 더 신통하더라 .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대학생이 된 후에는 오 후 강의만 들었고 , 고등학교 때는 통학 버스에서 마냥 자다 갇힌 일도 몇 번 있었고 , 어디 그뿐이니 . 중학교 때는 학교 간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학 교에서는 안 왔다고 해서 네 방에 갔더니 교복 입은 채로 자고 있더라 . 그 런 네가 여섯 시에 일어나 십 분 만에 침낭과 담요를 개키고 옷까지 입고 는 스물일곱 명의 소부대 정리 정돈까지 확인했다니 , 아들의 변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오겠지 . 가장 굼뜬 아들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 아들은 행 동이 민첩한 편이라고 말했지 . 울 아들 군인 체질인걸 . 그런 말이 절로 나 오더라 .

 

20킬로그램 군장 메고 4킬로그램 총까지 들고 30킬로미터 행군할 때는 힘들었다는 아들 . 특히 언덕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 주저앉고 싶 은 순간도 있었다는 것을 말 속에서 느꼈단다 . 차가 언덕 오를 때 , 군장만 없으면 이런 언덕도 오를 만할 텐데 … . 말끝을 흐리는 아들을 보고 행군 이 힘들었다는 걸 감 잡았단다 . 엄마 , 아빠 걱정할까 봐 훈련소 생활을 마 냥 재미있게 말한다는 것을 알았지 .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열 시간이 주어졌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 게 흐르더라 . 어느 시인이 말한 ‘ 시간에 이스트를 넣고 싶다 ’ 는 생각을 했 단다 . 황진이의 시구도 떠오르더라 . ‘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베었다 가 ~ 서리서리 넣었다가 ~ 굽이굽이 펴리라 ‘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하는 능 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많이 저축해 두었 다가 아들과 긴 시간을 보냈을 텐데 . 훈련소 들어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 을지도 모르고 . 운 나쁘면 자대 배치 받자마자 GOP들어갈 수 있다는 말 에 캄캄했지만 아들을 믿기로 했단다 . 잘 해낼 거라고 말이다 . 지금까지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아들인데 . 한 가지 일에 집중력이 뛰어나니 , 실 수하지 않고 잘 해낼 거라고 믿으련다 .

 

태양이 꼬리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 부터 그림자가 숨어 들겠지 . 먼 산등성이에는 빛이 있는데 발 밑은 어둑해지는 그곳 . 첩첩산 중이라는 표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 6 · 25 때 북한군이 포기한 산이라 는 말이 실감 나더라 . 사방을 둘러봐도 산 산 산 . 고개 들어 바라보면 하 늘이요 . 시선을 조금만 옮겨도 층층이 산이 너머 너머 있는 그곳 . 강원도 에서 태어나 이십 년을 넘게 살았지만 내가 살 던 곳과는 다른 강원도 . 산 이 그렇게 많은 곳이 우리나라에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니? 그 깊은 산속 어딘가에서 아들이 훈련받고 근무서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또 울 컥해지는구나 . 산이 해를 삼켜버린 듯한 시간이 되어 아들을 훈련소에 남 겨 두고 와야만 하니 안타까울밖에 . 그냥 일산으로 함께 오면 좋으련만 . 산을 굽이굽이 돌아오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겠지 .

 

대한민국에는 강한 엄마가 있어 군대 생활하는 아들들이 있다고 마음에 게 말하며 목이 메는 것을 참으며 . 자대 배치 받고 GOP들어가지 않으면 한 달 이내에 다시 볼 수 있다고 , 곧 다시 볼 거라고 마음을 달래면서 .

 

형이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일 년 가 있을 때도 걱정 없이 지냈는데 , 우 리나라에 있는 아들 걱정을 더하는구나 . 한 겨울 체감 온도가 영하 40도 라는 말에 동상 걸리면 어쩌나? 아프면 어쩌나? 걱정들이 밀려왔지만 그 런 과정을 거쳐 강인한 아들로 거듭날 거라고 믿으련다 . 아들을 무조건 믿 으려고 한다 .

 

갈뫼 권정남 회장님이 그러더라 . 엄마들은 아들을 영원히 짝사랑하는 거라고 . 그 말이 가슴 한구석에서 떠나지 않네 .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속 방을 하나 만들어 늘 생각하고 있단다 . 항상 건강하길 바라고 또 바라 며 .

 

 

― 2013 . 10 . 16 신병교육 수료식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