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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수필 - 서미숙 - 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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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46회 작성일 14-01-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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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한 학교씩 요일마다 찾아가는 소위 특기적성 외부 강사 다 . 그러나 한 학교를 오래 다니다 보니 매일 나가는 사람처럼 그 학교의 사정들을 속속들이 다 알게 된다 . 그래서인지 가끔 학교에서 농사를 지어 고구마 , 가지 , 호박 , 여러 가지 농산물이 나오면 하나씩 내 손에 쥐어 주 곤 한다 .

 

‘ 아 나는 호박을 먹지 않는데 … ’ 그래도 갖다 먹으라고 덥석 쥐어주시 는 교장 선생님 , 옥수수가 맛있다고 가져가서 쪄먹으라고 서너 개씩 쥐어 주는 교무선생님 , 그렇게 손에 쥐어져 오는 것도 한 보따리다 . 그런데 어 떤 학교는 교무실에 수북이 쌓여 넘쳐 나도 먹어 보란 말 한 마디조차 없 는 곳도 있다 . 그렇다고 내가 그것을 욕심을 내거나 서운하게 생각하는 것 은 아니다 .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살 나이는 되었 으니까 .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과연 나는 다른 이들에게 얼마 만큼 많은 것들을 나눠 주었을까?

 

아이들 수업 말고도 엄마들이 수강생인 수업도 있어서 , 그 엄마 수강생 들이 고맙다고 식사도 대접하고 , 소소한 선물도 많이 받는다 . 하지만 난 그들을 위해서 얼마 만큼 나누워 주었을까 생각해 본다 .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으라는 격언은 옛말이다 . 요즘은 재산에 눈이 어 두워 부모를 죽이는 패륜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 형제지간과 재산 때문 에 법정싸움까지 가는 참으로 나눔에 인색한 세상이다 .

 

십 여 년 전 미술시간에 한 할아버지가 옥수수를 한 아름 쪄가지고 와 그 손주들을 먹이겠다고 나눠주신 그분께 감사히 먹겠습니다 . 했지만 그 때만 해도 시골인심은 두둑하다 . 그러나 어떤 학교는 물 한 모금 얻어먹 지 못해 목이 타들어 가는 속상함 때문에 돌아오면 내가 물을 싸가지고 갈 걸 하는 후회스러움으로 요즘은 어지간 하면 내가 물을 싸가지고 다닌다 . 그 후에 아는 교감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하면서 외부강사가 오면 반갑게 아는 체도 좀 하고 , 시원한 물도 좀 권하라고 했더니 , 요즘 학교에서는 정 수기 사용이 금지되어 생수를 개인이 싸가지고 다니거나 , 사서 먹는다고 말씀하셨다 .

 

항상 상대편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

 

내가 자칫 인색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고 알지 못했을 것이다 . 그래도 세상 인심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가끔 밖에서 오는 외부강사들에게 어서오세요 .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 하는 한마디 정 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

 

어쩌면 이런 생각은 내가 외부강사이기 때문에 갖는 생각일 수도 있지 만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 대접받고 싶은 나의 욕심도 있을 수도 있다 .

 

사회는 점점 인색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친구와 이웃의 개 념이 점점 희박해 지고 있다 . 나도 서울에서 자라서인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시골인심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그러나 속초에서 산지 15년 , 나눔 이 무엇인지 알고 많은 것을 나눠주기도 한다 . 내가 그들한테 받으면 무 엇을 주어야 하는지도 안다 . 하지만 나도 가끔 많은 것을 준 사람들을 잊 고 살 수도 있다 .

 

아니 원래 특성이 잘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고 잘 나눠 주지 않는 사람 이 있듯이 사람 마다 특성이 다를 것이다 . 자린고비처럼 자신의 것을 움 켜지고 있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 가진 것이 오히려 많은 소위 10% 상위 그룹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 , 남을 속이고 , 법을 어기다 결국은 9시 뉴스 거리가 되곤 한다 . 입으로는 늘 ‘ 오블리스 노블리쥬 ’ 를 떠들면서 말이다 .

 

진정 나눔을 주는 사람들은 보면 정말 부자도 아닌 , 넉넉지 못한 사람들 도 많다 .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우리 부모님들도 참 잘 나누는 분들이었다 . 이 웃을 챙길 줄 아셨고 , 자신 보다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사신 분들이셨다 .

 

옛날 서울에 살 때 나도 많은 것들을 나눠 주고 살았었다 . 17년 전 쯤 , 한 후배가 이혼하고 당장 갈 곳이 없어 추운 겨울에 아이를 슬리퍼만 신 기고 나를 찾아왔었다 . 난 그 후배에게 우리 아들이 신고 있던 신발까지 내주었다 . 내 옷은 못 사 입어도 나를 찾아오면 옷도 사서 보냈고 , 또 내 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어머니가 꼬깃꼬깃 용돈을 모아 내손에 쥐어 주 던 그 돈도 후배에게 쥐어주기도 했었다 . 그러나 지금은 그와 연락이 되 지 않는다 . 과연 그는 나를 기억 할까?

 

아니 나는 지금 내가 정말 어려울 때 내 손에 무언가 쥐어 주던 다른 이 들을 기억할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베풀어 준 이들을 다시 생 각하며 살아야겠다 .

 

지금도 나는 많은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받고 살아가고 있다 . 너무나 감 사한 이들이 내 곁에는 많다 . 가끔 내가 이렇게 많이 얻고 대접받아도 될 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그런 이들에게 미안해 할 때 마다 , 그동안 많 이 베풀어서 그런다 하며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이다 .

 

고마운 사람들 , 감사한 사람들 ,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 나도 내 고마 운 사람들에게 수면양말이라도 하나씩 사서 선물해야겠다 .

 

‘ 내 마음처럼 따습게 지내세요 , ’ 하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