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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이진여 - 고등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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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69회 작성일 14-01-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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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마실 나오는 뒷골목쯤

연탄 화덕 위 석쇠자국

문신으로 새기며 지글지글

온 몸으로 받아내는 푸른 불길

 

목젖을 툭 치고 허기진 혈관 벽

알싸하게 할퀴고 돌던 소주

허공에 대고 발길질 시작한다

분주하게 부딪쳐오는 대거리가

포말 같은 고등어

푸릇푸릇 일어서는 배추 잎이나

노랗게 질린 당근조각이나

부끄러운 양파의 알몸으로 궁시렁궁시렁

청양고추 매운맛에 발끈 붉어

끝내 바다 향한 열반에 드는

순간 어둠도 까무러친다

 

“ 에잇 , 이놈의 세상 ”

 

비틀거리는 어깨 위

토끼 두 마리 환한 보름달 지는

그림자 밟고 졸던 고양이

대가리도 없는 말간 주검에

하품을 쩌억 날린다